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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의 유혹

사색/짧은 생각

by Aesthetic Thinker 2020. 4. 13.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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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꼭 저렇게 일자로 앉아 식사를 해야 했을까?

작년 여름에 느닷없이 'Angels we have heard on high (천사들의 노래가)'를 들었다. 오르간이 풍부한 클래식한 성가였다.

 

그런데 이 음악만 들으면 갑자기 모든 신경거리와 집중에서 한발짝 벗어난 느낌이 드는 것이다. 한마디로 속세가 부질없어지는 느낌이었다. 왜 그런거지?

 

나는 본래 천주교도였다. 외가쪽의 영향이다.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성당에 다녔고, 6학년 때 그만두었다. 딱히 믿음이랄 건 없었지만, 그렇다고 어떤 반발심도 없었다.

 

지금은 무교이다. 그러나 여전히 종교에 대한 반발심같은 건 없다. 있다면 믿음을 이용하는 작자들의 행동이 가증스러울 뿐이다.

 

어쨌든, 과거 성당에서 온통 흰 옷을 입고 신부님 옆에서 종도 치고, 빵도 배부하고, 새벽 4시부터 일어나서 미사를 드리러 가는 등 열심히 성당을 다녔던 과거에 대한 추억이 작동해서일까? 그 느낌은 어쩌면 'nostalgia'와 유사하긴 했다.

 

요즘은 마음이 조금 울적해질 때면 아주 가끔 성가를 틀어놓는다. 그러면 정말로 안정을 되찾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심지어는 성가가 유혹적으로도 들린다.

 

사람의 감정에 '신성함'이라도 있는 것은 아닌지.. 가끔 가다가도 믿음은 없으면서도 그저 신성함을 즐기기 위해 성당에 가고 싶다는 충동이 들 때가 있다. 교리에서는 금욕을 강조하지만... 오히려 성당의 신성함에 대한 욕구가 발동하고 있는 것이다... 성가를 들을 때의 그 느낌은 분명 무언가에 취한 느낌이다.

 

그래서 분명히 성가가 성도 유입에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 느낌은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굉장히 유혹적이다. 그 홀리한 느낌에 빠져들어 종교활동을 하는 이도 분명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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