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햄버거를 무척 좋아한다.
그리고 햄버거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
한동안 유독 롯데리아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페이스북 페이지까지 만들어가면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 당시 너가 사람새끼냐는 일부 혐데리아 세력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롯데리아를 즐겼다.
분명 롯데리아만이 가진 햄버거의 매력이 있었단 말이다.
유명한 햄버거 프랜차이즈들 모두 각자의 개성이 담긴 맛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고로 저렴한 불벅부터 시작해서 각종 편의점 햄버거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들도 그들만이 가진 특별한 맛이 있다.
나는 햄버거 평화주의자다.
며칠 전에 맥도날드에서 매년 새해마다 나오는 이벤트 햄버거인 행운버거가 출시되었다.
나는 출시 당일 햄버거 평화주의자답게 다가올 새해를 느끼러 맥도날드로 떠났다.
키오스크에서 예정대로 행운버거 세트를 담았다.
하지만 그날은 유난히 배가 고파 맥너겟을 추가로 주문하기로 했다.
여기서 나는 또 한번 맥도날드 태고의 의문을 마주하고 말았다.
바로 맥너겟의 가격정책이다.
맥너겟 4조각은 1,500원이다.
(*업데이트: 2021년 현재 맥너겟 4조각은 1,700원이다.*)
그런데 맥너겟 6조각은 3,000원이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맥너겟 4조각을 두 번 사면 3,000원에 맥너겟 8조각이다.
이는 원래의 맥너겟 6조각의 가격과 같다.
맥도날드에는 맥너겟 6조각 = 맥너겟 8조각이라는 기이한 법칙이 성립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량 구매에는 할인이 따른다.
맥너겟 6조각과 10조각의 가격을 보면 이치에 맞는다.
맥너겟 6조각은 개당 500원에, 10조각은 개당 450원에 팔고 있기 때문에
개당 50원 할인을 적용해주고 있다.
그런데 정작 개수가 가장 작은 맥너겟 4개는 최저가인 개당 375원을 적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웃어넘겼다.
'이 매장 키오스크에 오류가 있구나'하고 말이다.
그런데 몇 개월이, 몇 년이 지나도
이 기이한 가격에는 변동이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7년 전인 2013년에도 같은 현상이 존재하고 있었다.
점차 이 가격은 본사에서 무언가 의도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맥너겟 6조각'은 '맥너겟 4조각'의 맥너겟보다 크기가 큰가?
'맥너겟 6조각'은 '맥너겟 4조각'과 재료가 다른가?
'맥너겟 6조각'은 '맥너겟 4조각'보다 소스를 더 주는가?
'맥너겟 6조각'의 포장지가 '맥너겟 4조각'보다 훨씬 고급인가?
맥너겟을 4조각을 초과하여 튀기는 순간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가?
맥너겟을 튀기는 것이 다른 메뉴의 생산을 중단하는가?
맥너겟을 많이 튀기는 것이 매장 입장에서 매우 까다로운가?
맥너겟을 4조각만 사도록 하여 사이드 느낌만 주고 다른 메인 메뉴로의 선택을 유도하는가?
맥너겟이 너무 잘 나가서 맥도날드 본연의 메뉴가 소외되는 것를 방지하기 위함인가?
맥너겟 재료의 대량 유통이 까다로운가?
맥너겟 재료의 공급이 한정적인가?
상대적으로 맥너겟 4조각이 특별히 할인된 것처럼 보이게 하여 맥너겟의 구매를 유도하는가?
맥너겟 4조각이 약간의 아쉬움을 남겨 재구매를 유도하는가?
...
수많은 의문을 남겨준 기이한 맥너겟.
의문을 해결하고자 인터넷을 뒤져본 결과 몇 가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우선 '맥너겟 4조각'과 '맥너겟 6조각'의 맥너겟은 동일한 맥너겟이다.
소스 또한 1개로 동일하게 제공된다.
포장지의 경우 '맥너겟 4조각'은 종이 포장지를, '맥너겟 6조각' 별도의 박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박스가 기존 종이 포장지보다 750원의 가치가 더 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사실 기이한 맥너겟 가격의 원인은 맥도날드의 메뉴 정책에 있었다.
201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맥도날드의 '행복의 나라'는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맥도날드'의 컨셉으로 시작했다.
불고기 버거, 치즈 버거 등의 단품 가격을 낮추어 '행복의 나라' 메뉴에 편입시켰다.
'맥너겟 4조각'도 '행복의 나라'에 편입되면서 가격이 낮아졌다.
그러나 6조각 이상의 맥너겟 메뉴들은 그 존재와 가격을 동일하게 유지시켰다.
결국 이때부터 기이한 가격이라는 맥너겟의 전통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더라도 궁극적인 의문은 해결되지 않는다.
'맥너겟 4조각'이 있는 이상 다른 맥너겟 메뉴들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쓸모없는 메뉴인데,
맥도날드가 그러한 쓸모없는 메뉴를 굳이 남겨놓고 있다는 것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수라고 하기에는 7년째 지속되고 있다.
맥도날드 측에서 무언가 의도한 것이라고 짐작된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유력한 이유는
맥너겟 4조각이 특별한 이벤트 가격이 적용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해서
구매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한다.
이쯤되면 맥도날드의 입장도 들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공식 홈페이지에 문의해보았다.
아직 답장이 오지 않은 상태다.
답장이 오면 내용을 추가하도록 하겠다.
혹시 이것이 경제심리학 실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손해를 보면서도 6조각을 주문하는 고객이 어느 정도 있는지 파악하려고
한 연구기관이 맥도날드와 협의한 것은 아닐까?
맥너겟에 대한 망상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다.
감자튀김을 아예 컬리 후라이로 교체했으면 좋겠다.
+
맥도날드 측에서 답장이 왔다.
답변의 내용은 인터넷으로 알아본 바와 같았다.
'맥너겟 4조각'이 행복의 나라 제품군으로 편입되어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맥도날드의 공식 입장 또한 행복의 나라였다.
6조각 이상의 메뉴를 그대로 둔 이유에 대에서는 추가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짐작하자면 '행복의 나라 메뉴의 특수함을 지켜주기 위해서'정도로 추론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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