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교육이라고 다들 아실 거다. 학생과 교사의 이해 수준은 다르기에, 교사가 학생의 이해 수준을 고려해서 설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세상은 우리를 어떻게 가르치는가? 세상은 우리에게 눈높이 교육을 해줄까? 아니다. 세상은 그저 존재할 뿐, 다만 우리가 세상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교사가 학생을 완전한 눈높이 교육으로 가르친다고 하면, 교사 쪽에서 상당한 노력을 들여야 한다. 반대로 세상과 우리를 생각해보면, 우리 쪽에서 세상을 이해하려고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러니까 배우려는 입장과 가르치려는 입장에서 둘 다 노력을 할 수 있는데, 교사가 힘을 더 쓰면 눈높이 교육, 학생이 힘을 더 쓰면 자발적 학습이다.
가령 이제 막 함수의 개념을 배운 학생에게 라플라스 변환을 가르친다고 해 보자. 눈높이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함수의 응용부터 출발해서 미분과 적분, 미분방정식을 거쳐 라플라스 변환까지 친절하게 안내할 것이다.
하지만 교사가 귀찮아서 그냥 라플라스 변환 식을 던져주고 끝낼 수도 있다. 다음과 같이 말이다.
당신이 학생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당신은 라플라스 변환을 이해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저 이상한 지렁이가 도대체 뭔지부터 알아내야 할 것이다. e, dt를 각각 미지수로 볼 수도 있다. 수학귀신에서나 보던 무한대는 갑자기 왜 나왔으며 지수에 마이너스가 붙은 것을 보고 수학에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무엇이 일어났는가? 뻔한 질문이다. 자기가 모르는 것을 알아내었다. 라플라스 변환을 이해하기 위한 사전 지식이 미비함을 깨닫고, 그 사전 지식을 위한 사전 지식부터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유명한 메타 인지다. (여기서 메타 인지가 포인트는 아니다.)
우리는 흔히 위와 같은 못된 교사의 행동을 '불친절한 설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불친절한 설명에 대응할 능동적 학습 능력을 갖추고 있다. (사실은 능동적 학습이 포인트였다.)
궁극적으로는 머신러닝에 비유하고 싶었다. 수동적으로 정보를 주입해서 목적에 도달하도록 하는 전통적인 지도학습 방법은 눈높이 교육과도 같다. 프로그래머가 A부터 Z까지 다 해줘야 한다. 떠먹여주느라 손목에 마비가 왔다.
그러나 다음 세대 머신러닝은 학생이 좀 움직여 줘야겠다. 지도학습의 대안적 학습 방법인 비지도학습을 넘어 능동적 학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기계에게 기본욕구를 불어넣어 주면, 그 욕구가 동인이 되어 세계를 탐색하고 기본적인 학습을 할 것이다. 우리가 이 기계에게 기계가 가진 욕구에 맞추어 어떤 큰 목표를 줄 수 있다면, 이 기계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모르는 것을 인지하고 질문을 하거나 스스로 찾아서 배워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메타 인지를 할 수 있다는 것과 똑같다고 본다.)
세계가 물론 가만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어느정도 방향을 제시해 준다. 사회적 규범이나 부모님의 잔소리 등이 그것이다. 그것들은 우리가 나름대로의 목표를 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정도의 동기 부여는 프로그래머가 해줄 수 있다.
'그만 놀고 공부 좀 해!'. 최고의 동기 부여이다. 로봇에게 잔소리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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