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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에 목적은 없다

사색/인지과학적 사유

by Aesthetic Thinker 2020. 2. 1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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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 알고리즘은 최적화 알고리즘이다.

즉, 유전 알고리즘은 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이다.

 

그런데 실제로 유전 물질이 유전되는 것은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 아니다.

 

유전이라는 자연 현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최적해를 구하기 곤란한 문제에서

최적해에 근접한 해들을 구해낸다는 생각은

분명 획기적인 아이디어다.

 

그러나 실제로 유전이라는 자연 현상을 통해

생명들이 자연 선택되고 진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최적해를 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 세상에 완벽한 동물은 없다.

그냥 각자가 가진 대로 사는 것이다.

진화는 계속 진행되는 것이지

진화에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비정한 약육강식의 세계

우리가 우리만의 유전자를 가지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이

미래에 어떤 궁극적으로 탁월한 유전자를 얻기 위한 하나의 과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진화론보다는 차라리 창조론이 더 매력적으로 들린다.

정확히는 '유신 진화론'이겠다.

 

결론은 이렇다.

유전 알고리즘을 최적화 알고리즘으로만 한정하기에는 아깝다.

 

문제를 풀기 위한 유전 알고리즘은

유전되는 겉모습은 담아낼 수 있을지 몰라도

유전이나 진화 현상이 보여주는 진정한 통찰을 담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유전 현상만 가지고는

결코 최적화 문제를 풀 수 없다.

진화가 목적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전 알고리즘은

유전 현상을 이용해 최적화 문제를 풀기 위해서

이런 저런 Task-Specific한 기법을 가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기법들이 가미되면 가미될수록

유전 알고리즘은 본래의 유전이 가지는 의미와는

거리가 점점 멀어지게 된다.

 

나는 유전 알고리즘을

정해진 문제의 최적해를 구하는 방법보다는

유전을 거쳐 지능과 같은 고차원적 기능이

자연적으로 창발되는 현상을 목격하고

그것을 뽑아내 활용 할 수 있는

이른바 진화 시뮬레이션의 기반으로 생각하고 싶다.

 

유전 알고리즘의 창시자 Holland는

이미 1990년대에 이미 '에코'라는

유전 알고리즘을 활용한 일종의 닫힌계 진화 시뮬레이션을 구상했다.

 

이 에코야말로

내가 유전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싶은 방향과 가장 근접하다.

90년대엔 구상뿐이었지만

이제는 점점 실현의 때가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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