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론적 관점에서 보면 세계는 이산적이기보다는 연속적이다. 이는 진화론적 관점에도 적용되는데, 환경의 변이에 따라 단순했던 유기체가 서서히 분기하여 다양한 종을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이다.
진화의 방향은 유기체의 생존과 번식의 유리함이 증가하는 방향이다. 식물은 뇌가 없이 그것을 한다. 그러나 동물은 뇌가 있다. 동물은 지능을 가지고 그것을 한다.
생각은 뇌로 한다. 뇌로 생각하며 생존과 번식의 유리함을 도모한다. 하지만 우리가 생존과 번식에 대한 생각만 하며 살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우리 삶에는 생존과 번식 외에도 다양한 목표가 있다.
유물론적 사고를 조금만 더 가미해보자. 생존과 번식 외의 다양한 목표라고 했다. 이렇게 목표를 정의하면 이 목표들은 이산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물론적 관점에서 보면 세계는 연속적이라고 했다. 이 다양한 목표들은 연속적이어야 한다.
단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생존을 위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흔한 설명이 있다. 이 설명에서는 단 것을 먹고자 하는 목표를 훌륭하게 생존의 목표와 연결지었다. 단 것을 먹고자 하는 목표는 생존의 하위 목표인 것이다.
위와 같이 번식 목표의 하위 목표도 찾을 수 있다. 동물 세계에서 볼 수 있는 수컷의 구애 행위 역시 번식 목표와 연결된다. 새가 웅장한 둥지를 지으려고 하고, 개구리가 큰 울음 소리를 내려고 하는 목표는 모두 번식 목표의 하위 목표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 예술가가 창조 행위에 몰두하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억지를 다소 빌려 생존과 연결하자면 예술가는 창조 행위 자체에 특별한 즐거움을 느낄 것이고 즐거움이라는 감정은 삶에 활력을 더할 것이며 따라서 어떻게든 '생존에 도움이 되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이 전략은 정답이 아니다. 진화란 경험적인 것이므로, 전략에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사람이 살아남는다면 그 성질이 되물림되어 계속해서 남을 것이고, 부적합하다면 남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부적합하다고 해서 영구히 도태되어 미래에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어떤 세대에서 우발적으로 이러한 예술적 성향이 다시 발현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때의 환경은 이전의 환경과 또 다르기 때문에, 과거에는 실패했었던 해당 전략이 그 때에는 아주 성공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사실이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유물론적 관점을 적용했을 때, 인간의 조상 종이 타 동물의 조상 종과 같고 단순 유기체가 궁극적인 조상 종이라는 가정을 한다면 인간의 다양한 지적 행동이 생존 및 번식과 연속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설명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다양한 지적 행동이 각각 개별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생존과 번식이라는 대의로 이어지는 진화를 통해 발현된 수많은 소의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싶은 것이다.
현재 인공지능은 대표적으로 분류, 추론과 같은 소의를 학습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이는 한 분야에만 전문적인 약한 인공지능이다. 그러나 강한 인공지능을 위해서는 인공지능에게 대의를 학습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대의에 맞추어 인간에게 다양한 소의가 발현되었다는 설명이 맞다면, (감정 또한 소의로 간주한다) 인공지능 또한 주어진 대의에 맞추어 학습하면서 다양한 소의가 자연스레 발현되고 발현된 그 소의에 맞추어 스스로 학습할 것이다.
그렇게 학습된 인공지능으로부터 인간에게 유용한 다양한 기능을 추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가장 단순한 CNN 신경망의 분류 학습으로부터도 층에 따라 감지하는 영역의 역할이 나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미지 분류를 대의로 간주하면 각 층마다 특정 영역을 감지하도록 특화된 소의가 저절로 발현된 셈이다.
이것은 위와 같은 대의 인공지능 방법이 가능함을 보이는 강력한 증거라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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