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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없는 햄버거

사색/자유분방한 사고

by Aesthetic Thinker 2020. 10. 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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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각종 햄버거 매장에서는 토마토 없이 햄버거를 팔고 있는데

그에 맞게 롯데리아에서는 밀리터리 버거를

버거킹에서는 불고기 버거를 행사가로 팔면서

토마토 없는 버거를 밀고 있다.

 

사실 토마토라는 건

햄버거를 '준수한 수준'으로 만드는 기준이다.

여러 햄버거 매장의 메뉴들을 살펴보면

버거 높이가 낮은 저가 메뉴들에는 토마토가 없다.

그런데 어느 정도 '메인 메뉴' 이상 수준의 햄버거들을 보면

빨간 토마토의 색이 마치 '나 근본있는 버거요' 하며

귀빈임을 알리듯이 토마토가 끼워져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햄버거의 두 빵 사이로 끼워질 수 있는 수많은 재료들 중

빨간색에 해당하는 재료는 토마토뿐이다.

보기 좋은 버거가 맛도 좋다는 말이 있듯

토마토는 껍질의 그 매혹적인 빨간 빛으로

보기 좋은 햄버거를 만드는 데에도 일조한다.

 

토마토가 양반 가문이나 크샤트리아 계급을 상징한다면

풍족한 바이샤 계급의 완장 역할을 하는 재료도 있다.

바로 치즈다.

 

 

그냥 불고기버거와 치즈불고기버거는

단지 치즈 한 장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풍미와 향이 다르다.

각각의 햄버거 매장을 대표하는 메인 햄버거가 아닐지라도

치즈가 한 장 끼워져있다면 심심함이 없다.

 

그리고 치즈토마토의 빨간 빛과 같이

또 하나의 강렬한 색, 노란색이다.

식욕을 떨어뜨리려면 음식 사진에 파란색을 입히라는 말을 아는가?

빛의 삼원색 중 빨강, 초록

반대쪽에 있는 파랑과는 반대로 식욕을 돋구는 역할을 한다. 

치즈노랑빨간 빛초록 빛이 섞인 형태가 된다.

이렇듯

토마토치즈는 햄버거의 '미학'으로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햄버거계의 부르주아, 토마토.

햄버거계의 중산층, 치즈.

그러나 그 밑에는 높으신 분들을 떠받치는

햄버거계의 프롤레타리아트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치킨이다.

 

 

과거 아메리카의 비운의 주역인

흑인 노예의 상징, 치킨

그야말로 서민층, 즉 노동 계급을 상징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치킨아파트 요일장에서도 자주 등장하는그야말로 국민 음식이다.

 

이러한 치킨이 이제는 끝없는 시장 투쟁을 통해

결국엔 햄버거 패티 자리를 꿰차게 되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이뤄낸 것이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이제는

치킨패티토마토치즈와 한 자리에 있는

그런 장관도 목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평등을 외치는 시대라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차이란 어쩔 수 없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그것은 재료들이 배열된 순서를 보아도 이해할 수 있다.

 

KFC의 핫치즈징거버거이다. 토마토-치즈-치킨의 배치 순서가 보이는가?

이렇듯 단순해 보이는 햄버거지만

재료들을 생각해 보았을 때 햄버거는

인류 시대의 흐름을 하나로 합쳐진 '타워' 형태의 미학에 담겨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내 눈앞의 햄버거가 뱃속으로 들어가기 전

햄버거에 담겨있는 장엄한 의미를 짚을 수 있게 해준

토마토 대란에 감사드린다.

 

 

 

 

 

*본 내용은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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