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비혼주의를 표방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비혼주의는 엄밀히 말하면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아이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내포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결혼과 양육은 상당히 긴밀한 인과관계가 있다.
따라서 비혼주의라 하면 아이도 가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비혼주의가 세대를 거듭하며 점점 퍼진다면 인류는 끝내 종말을 맞이하는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이 걱정이 모순이었음을 깨달았다.
비혼주의자 대부분은 아이를 낳아 기르지 않는다.
비혼주의가 아닌 사람들 중 대부분은 아이를 낳아 기른다.
다음 세대의 대부분은 비혼주의가 아닌 사람들의 자식들이다.
따라서 비혼주의는 자연선택될 수 없다.
조건이 어려워서 비혼주의를 선언하는 사람들도 있고,
여유가 됨에도 독신의 자유를 좇아 비혼주의를 선언하는 사람들도 있고,
현재의 결혼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기에 비혼주의를 선언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비혼주의가 흔한 사회에서도 분명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의 대부분은 조건이 어려워도 결혼을 해냈거나, 독신의 자유보다는 결혼의 가치를 더 높게 생각한 여유있는 사람들이거나, 결혼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비혼주의가 흔한 사회라 해도, 다음 세대의 구성원들은 결국 그런 사람들의 자식들이다.
오히려 비혼주의가 흔한 사회에서의 결혼이야말로 여러 어려움에도 결혼을 선택한 '진정 결혼을 위한 결혼'일 가능성이 크고, 결국 그러한 가정에서 자란 자식들이 다음 세대를 구성한다.
먼 과거에도 몇번씩이나 비혼주의가 흔했던 구간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혼주의는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그 정의 자체에 의해서 세대에 걸쳐 퍼질 수 없었다.
어쩌면 비혼주의가 교묘하게 작동하는 인간 개체군만의 독특한 개체수 조절 방식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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